정우가 돌아왔다

2021. 9. 15. 00:45

정우가 바다에서 돌아왔다.

정우는 지난 6월에 죽었다. 병이었다. 정우는 원래 병약했는데, 마지막 몇 달 동안엔 바싹바싹 말라가는 것이 툭 치면 아스라이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 정우가 죽기 며칠 전 정우는 내게 키스를 했는데, 첫 키스의 두근거림보다는 정우에 대한 안쓰러움과… 정우에게 생명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 이상함을 느꼈다. 죽은 친구를 두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긴 했지만, 어쨌든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죽으면 바다에 돌려줘, 생명은 바다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 그 바다에 돌려주면 나도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야. 분명히.

정우가 그렇게 말했다. 아주 예전 지구에는 바다에 생명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생명이 다시 지상으로 나와 진화해서 인간까지 닿았던 것이고… 아무튼 어쩌고저쩌고 말이 많았다. 바다에는 생명력이 넘치고 생명력을 기반으로 자신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식의 이야기였다. 가족들도 나도 일단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말한 지 일 년째, 정우는 지난 6월에 눈을 감았다. 평화로운 죽음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다에 유골을 뿌렸다. 그 과정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나는 저 멀리서 흩뿌려지는 정우였던 것을 바라봤다. 바다에서 안온하게 잠들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몇 달 뒤, 정우가 바다에서 돌아왔다. 나는 정우가 죽은 뒤로 그 바다를 매일 같이 봤는데, 그 안에서 정우가 걸어왔다.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할 무렵 정우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바다에 돌려줘서 고마워.

정우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정우에게선 깊은 물 내음이 났고, 체온이 시리도록 차가웠다.

바다가 나를 다시 빚었어. 들어봐, 희진아. 바다 깊은 곳엔 여신이 산다. 그이가 나를 다시 빚어주었어. 아주 깊은 어둠 속에서 나는 다시 빚어졌다. 그리고 올라왔지. 해파리와 고래, 엔젤피쉬, 디스커스, 수마트라 바브… 그 이들을 계속 보면서 다시 돌아왔다. 희진아, 너를 정말 보고 싶었다. 어머니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 바다에 다시 돌려준 것을 고맙다고 하기 위해…

시린 체온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다 점점 힘이 풀렸다. 바다에서 빚어진 정우가 점점 흐물흐물해지더니 물처럼 변해 바다로 다시 흘러들어 갔다.

나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