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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22. 22:09

아직은 끝이 아니야


아직은 끝이 아니야
아직은 끝이 아니야는 장르 소설계 단편 모음집이다. 책 뒷면에는 정확히 전설의 동인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쨌든 처음엔 정식 출판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장르는 정확히 고정되어있지는 않다, 공포 소설이나 SF 소설도 존재하고 엄청나게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초현실적이게 된 소설도 존재한다.

책에는 13편의 단편이 있는데, 그 모든 소설을 리뷰하는 것은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 한 가지를 리뷰하려고 한다. 

김주영 작가의 '인간의 이름으로!'

주인공 차녹주는 반항적인 학생이다. 이 세계관에는 로봇이 존재하는데, 로봇이 존재하는 세계관답게 반로봇 세력도 존재한다. 일명 로봇 파괴 운동가. 주인공인 녹주는 로봇 파괴 운동의 상징인 망치 뱃지를 착용하고 다니며, 얼마 전 자신의 양육 로봇 루루를 파괴하여 교육을 받고 돌아오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학교에 돌아온 녹주는 학생부장 윤청휘를 만나게 된다. 학생부장 윤청휘는 사실 로봇으로, 녹주가 부순 루루의 메모리 신호를 알아차리고 녹주에게서 사실 루루를 부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을 이끌어내는 데까지 성공한다. 그 후 윤청휘는 녹주가 루루 이후로 제일 좋아하는 로봇이 된다. 그러던 중 학교에 윤청휘가 로봇이라는 소문이 나고, 로봇 파괴 운동가 학생들이 윤청휘를 부수게 된다. 그러던 중 녹주가 개입하여 윤청휘를 완전히 박살 내고, 녹주는 휴머노이드 연구소로 가게 된다. 하지만 녹주는 윤청휘의 외관만 부쉈을 뿐, 메모리 칩은 온전하게 살려두어 다시 고쳐 놓은 루루 안에 넣어두었다. 그 후 휴머노이드 연구소로 가며 녹주는 앞으로 자신의 목표를 말하게 되고, 소설은 '안드로이드 OM의 최초 개발자 차녹주 박사의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며.'라는 문장으로  끝이 난다.

이 소설이 유난히 좋았던 이유는 녹주의 사춘기로 말미암은 불안정하면서도 모순적인, 그러나 이해할 수 있는 나레이션 덕이 컸다. 녹주는 루루를 부수고 싶지 않았지만 부쉈고, 사랑하지만 화가 나고 상처 주게 되는 마음에 대해 말한다. 사랑하지만 상처주게 되는 경험은 말로써는 모순적이나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일을 겪기도 하고, 실제로 행하기도 했으니까. 또한, 이 소설에 나오는 어른들은 사춘기, 사회화 과정에서 혼란한 녹주를 보호하는 역할을 행한다. 녹주가 그런 보호를 받지 않았다면, 소설 마지막에 적힌 문장이 작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짧은 소설이지만, 사춘기 특유의 불안정한 내면,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지만 부정했던 존재 = 로봇을 통해 마음을 치유해가는 과정이 잘 서술 되어있어 좋았고 소설 속 어른들이 '진짜' 어른다웠기에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끝이 아니야에는 은방장군이나 피그말리온넷은 왜 다운됐는가, 뚜공! 우리의 지구 등 읽은 후에도 생각나는 소설들이 있고, 그 소설들도 훌륭하다. 인간의 이름으로를 리뷰한 것은 어쨌든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단편 소설이라 한편씩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모쪼록 장르 단편을 찾고 있는 분들이라면 추천한다.